14일 투자은행(IB)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SM엔터 지분 인수에 참여하기 위해 카카오 측이 제안한 조건을 관련 계열사들과 논의하고 있다. CJ와 카카오 측은 SM엔터 지분을 최대 19.9%까지 유상증자나 공개 매수 방식으로 사들이는 한편 자신들에 우호적인 KB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 보유 지분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로 사들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양측 간 SM엔터 인수 협의 및 전략 마련은 카카오의 투자를 총괄하는 배재현 부사장과 CJ지주의 임경묵 경영전략총괄(부사장)이 이끌고 있으며 이종화 CJ 재경팀 부사장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은 블록딜과 공개 매수에 나설 경우 하이브가 제안한 12만 원보다 높은 가격을 주주들에게 제시할 계획이다.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무산시키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앞서 하이브는 10일 SM엔터 지분 25%를 주당 12만 원에 공개 매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J 측은 이창환 대표가 이끄는 얼라인파트너스의 개인 주주 확보력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카카오의 ‘우군’으로 꼽히는 얼라인 측은 하이브의 공개 매수 가격에 대해 “회사의 미래 가치를 고려할 때 주당 12만 원은 너무 낮은 가격”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CJ 계열사인 CJ ENM(035760)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분 매각을 타진했던 2021년 초부터 SM엔터 인수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왔다. CJ는 SM엔터 인수 직전까지 갔지만 막판 이 전 총괄 측이 기존 역할을 유지하고 그룹 부사장 격으로 대우해달라는 요구를 해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졌다.
CJ측은 인수 협상이 무산된 후에도 물밑에서 SM엔터 인수를 꾸준히 타진해왔다. SM엔터가 보유한 K팝 지식재산권(IP)이 CJ ENM의 음악 사업 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CJ ENM은 국내 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지만 음악 분야 지식재산이 경쟁사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이 전 총괄과 SM엔터 경영진이 사실상 결별하고 하이브·카카오 등 다른 경쟁사들이 SM엔터 경영권에 관심을 보이자 CJ그룹 역시 카카오 측과 협업하는 방향에서 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CJ가 SM엔터 지분 투자 검토 계획을 실행에 옮기며 경영권 전쟁을 본격화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CJ ENM의 자금 사정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CJ ENM의 순차입금은 2조 1200억 원으로 2021년보다 3.6배 증가했고 현금 비율 역시 63.9%에서 31.2%로 줄었다.
CJ ENM이 9일 콘퍼런스콜에서 비핵심 자산 유동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CJ ENM 측이 의지만 있다면 인수 금융이나 대출 등을 활용해 재원을 조달할 가능성도 있다. SM엔터 지분을 20%가량 확보하려면 현재 5000억 원 이상 필요한 상황이다.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데다 SM엔터 인수전이 사회적 관심을 끌고 있어 CJ가 카카오와 연합 전선을 구축할지는 CJ ENM 등 계열사 차원이 아닌 지주사에서 논의가 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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