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인텔, 퀄컴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올 한해 AI 기반 반도체 설계 등에 3억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투자 규모는 오는 2026년까지 지속 성장해 5억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컨설팅업체 전망이 나왔다.
반도체 설계에 도입된 인공지능 기술이 단기간 고집적 반도체 설계 실현으로 한계에 부딪친 것으로 평가받는 '무어의 법칙'을 구현하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부족 이슈와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인텔, 퀄컴 등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자체 칩 설계 AI 개발 및 타사 툴 활용에 3억달러(약 37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전망했다. 투자 규모는 매년 20%씩 늘어 2026년에는 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 약 6600억달러에 비하면 미미한 수치지만 투자 수익은 예상외로 크다. AI 툴의 단일 라이선스 사용권은 수만달러 정도지만 AI가 설계한 칩은 수십억달러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 딜로이트 측의 설명이다. 반도체 설계는 소비전력(Power), 성능(Performance), 면적(Area) 등 이른바 'PPA'에 최적화된 소자 배치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이다. 칩 설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의 수는 체스와 바둑보다 각각 731배, 250배 높다. 10을 9만번 곱해야 나오는 수치다.
메모리 서브시스템, 컴퓨트 유닛, 로직제어시스템, 전력원 등을 포함하는 모듈 블록과 표준셀로 표현되는 수십억개의 소자들로 구성된 칩 설계에는 수주일 또는 수개월이 걸린다.
반도체 설계에 AI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AI가 엔지니어들의 설계 오류를 감지하고 개선사항을 자동으로 제시해 더 나은 설계안을 도출한다. 이를 통해 고집적도 칩 설계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숙련된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개발한 AI 반도체 설계 도구는 엔지니어가 설계한 회로보다 에너지 효율이 2.3배 개선됐고, 대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미디어텍은 AI 도구로 핵심 프로세서 부품 크기와 소비전력을 각각 5%, 6% 감축했다.
또한 반도체 설계 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전문회사 케이던스는 한 명의 엔지니어가 AI 도구를 사용해 10일 만에 5나노미터 휴대폰 칩의 성능을 14% 개선하고 소비전력을 3% 감축했다. 이는 10명의 엔지니어가 수개월 작업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알파벳의 AI 도구는 새로운 반도체 설계를 단 6시간 만에 마치기도 했다. 또한 강화학습을 적용한 엔비디아 AI 도구는 EDA 도구를 활용한 엔지니어가 만든 설계보다 25% 작은 면적에서 동등한 성능을 갖춘 회로를 설계했다.
지난 수년간 시놉시스, 케이던스, 지멘스 EDA 등 EDA 선도 업체들이 전체 시장의 70%를 점유하며 반도체 칩 설계 소프트웨어 산업을 주도해 왔고, 지난해 산업 규모는 100억달러를 상회하고 있으며 연간 8%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추정했다.
특히 EDA 선도 업체들의 AI 기반 EDA 소프트웨어는 실험 단계를 벗어나 수십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설계에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면서 AI 기반 EDA 소프트웨어의 매출 성장률이 향후 5년간 일반 EDA의 2배, 반도체 칩 매출의 3배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 단계 더 높은 집적도로 새로운 설계를 도입할 때마다 생산 비용은 약 5억달러 이상 증가한다. 반도체 회사들이 AI칩 설계 도구 개발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설계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AI는 설계 과정 외에도 활용 범위가 넓다. 웨이퍼 외관 검사를 통해 결함 포착률을 9배 가까이 개선하고, 아웃소싱 조립 및 테스트 업체들의 네트워크를 관리해 공급망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최호계 한국 딜로이트 그룹 첨단기술·미디어 및 통신 부문 리더는 "반도체 산업이 가진 파운드리 미세공정 경쟁과 비용 문제, 공급 부족 리스크는 AI 기반 반도체 설계로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AI는 직접 스스로를 작동시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인간과 함께 설계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설계용 AI기술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구글’이다. 현재 구글은 GNN 기반 AI를 반도체 평면배치 작업에 직접 사용 중이다. 구글은 지난 2021년 6월 자사의 AI반도체 ‘텐서 처리 장치(TPU) V4’를 설계하는 AI를 공개했다. 이 AI모델은 기존 GNN을 한층 더 향상시킨 ‘그래프 합성곱 신경망(GCN)’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이미지에 특화된 합성곱 신경망(CNN)의 학습 범위를 ‘그래프 이미지 데이터’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현재 나와 있는 다양한 반도체 관련 연구 데이터의 그래프(숫자 포함)를 AI가 이미지 형태로 인식할 수 있어, 기존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다.
이 GCN 기반 AI모델의 또 다른 핵심 기술은 ‘강화학습’이다. 강화학습은 AI가 변화하는 환경에서 반복적 시행착오·상호작용을 거치며 작업 수행 방법을 학습하는 머신러닝 기법이다. 쉽게 말해 AI가 여러 실수를 반복하며 가장 정답에 가까운 결과를 도출하는 학습방법이라 볼 수 있다. 현재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AI챗봇 ‘챗GPT’ 역시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구글은 GCN과 강화학습이 적용된 AI모델에 평면배치 설계 데이터 1만 개를 학습시켰다. 그 다음 AI가 스스로 판단해 부품을 배치하도록 지시했다. 그 결과, AI는 단 6시간 만에 가장 우수한 평면배치 설계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연구 책임자인 안나 골디 구글 연구원은 “수많은 데이터의 반복 학습을 통해 AI는 반도체 설계에 가장 적합한 평면배치 방법을 스스로 터득했다”며 “구글은 차세대 AI반도체 모델인 ‘AI가속기(Accelerator)’ 설계에 이 AI모델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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